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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우리 모두 행복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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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07-08-11 조회4,2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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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이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와 먹구름으로 인해 마치 장마철을 연상케 하는 토요일입니다.
오전에 많은 환자분들이 다녀가셨습니다.
어렵게 시험관아기시술을 해서 임신에 성공했는데 출혈이 쏟아져 놀란 가슴을 안고 달려온 분이 계셨습니다.
초음파를 봤더니 자궁강에 피가 고여있기는 했지만 다행이 뱃속의 아가는 엄마의 끈을 놓고 있지 않았고, 힘찬 심박동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레지던트, 즉 산부인과 수련을 할 때가 생각납니다.
한 겨울에 눈은 펑펑오는 저녁 11시 반, 그 시절에는 밤 새고, 야단 맞고 하는 일이 어렵고 서러워 야외 비상계단을 나가 곧잘 담배를 피우곤 하는 것이 낙이라면 낙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담배 냄새만 나도 곤욕스러운 걸 보면 제가 어떻게 담배를 피웠는지 상상이 가질 않지만, 연기가 거센 바람에 흩어지는 그 추운 겨울 밤에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정말 아기 낳을 분은 없겠다. 여기까지 올라오기도 힘들겠고......'
하지만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 멀리서 어떤 분이 눈이 가득 쌓인 길을 걸어올라고 오고 계신 것이 보였습니다 .
그 분은 놀랍게도 만삭의 산모였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아직 주수는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산기가 느껴진 그 분은 여기 저기 전화를 걸었는데 받으시는 선생님들이나 간호사가 초산이니 5분 간격으로 아프면 그 때 출발해도 늦지 않다고 하여, 정말 5분 간격으로 아플 때까지 기다리며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연락이 안되고, 배는 점점 아파와 타지에 시집온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집을 나섰는데 택시 한 대 다니질 않아 결국 1시간을 걸어 제일 가까운 병원인 조선대병원에 왔다는 것이었죠.
다행이 분만은 잘 되었고, 아기는 건강했습니다.
산모도 물론 별 이상은 없었구요.
나중에 달려온 남편은 거의 무릎을 꿇고 빌더군요.
술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밤 늦게까지 회식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찌 되었던 잘 마무리된 한 편의 드라마였지요.
그 산모는 가파른 조선대병원길을 올라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가 걱정이 앞섰을리라 생각해 봅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

우리 병원에서 정말 눈물나고 서럽던 시간들을 버티고 흘러보내 드디어 임신에 성공한 많은 분들 눈앞에 이제는 잘 유지해서 건강한 아가를 만나야 하는 또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길 또한 쉽지 않을 것 입니다. 유산의 걱정, 기형아에 대한 걱정, 분만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길은 행복한 길이라는 것을 말이죠.

어제 오늘, 많은 분들이 임신을 했고, 또한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니, 아예 시험관아기시술을 미뤄야 할 정도로 자궁내 상태가 좋지 못해 씁쓸한 얼굴로 돌아가신 분 역시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 임신이 되지 않으셨다는 전화를 받는 것도 어찌보면 도전을 해본 결과이니 오히려 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도는 해보았으니 약을 바꾸고, 방법을 바꾸고, 수술적 교정을 하고, 배양법을 바꾸어 나가면서 시도하면 멀지 않아 임신은 되는 법이니 조바심을 내면서 힘들어 할 이유는 없을 것 입니다. 물론 오늘 유착증으로 자궁경수술을 하고 가신 이00님 역시 자궁강내 상태를 정상화시키고 임신시도를 하면 꼭 엄마가 될 수 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모두 자신의 일이 가장 힘든 법이겠지요.
자신의 상황이 가장 난처한 법이구요.
이 고난과 임신이 되지 않아 생기는 여러가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들의 결실은 반드시 있습니다.

남편이 사정장애가 있어 고환을 절개해서 정자를 채취한 후 시험관아기시술을 해서 임신에 성공한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전임의생활을 했던 서울대학교병원에서 7차례에 거쳐 장기요법으로 시도해서 실패한 후 광주에 연고가 없음에도 다른 분의 추천으로 저희병원을 찾아오셨답니다. 저는 5일배양을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다고 하여 약을 바꾸고, 방법을 바꾸어 5일배양 즉 포배기 이식을 시도 하였고 결과는 임신성공이었습니다. 지금은 20주가 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저와 저희 의료진 모두 그분에 대한 느낌은 온화함이었습니다. 복수가 너무 차서 고통스러우면서도 저나 직원들에게 오히려 미안해 하고, 작은 여러가지 배려를 해주는 것을 보면서 정말 진심으로 임신을 비는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실패의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통했는지 시험관시술을 다시 할 필요는 없게 되었지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난임부부들 역시 정말 이 한 번에 제대로 임신이 되어 눈물과 한숨과 고통과 상처에서 벗어나 환희와 기쁨과 행복과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가득찬 하루하루가 되길 바래봅니다.
혹 미리 염려하여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니 서로 믿고 신뢰하면 되지 않을 일도 되고, 될 일은 더 빨리 이루어지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본원을 찾는 모든 난임부부들에게 가을은 정말 말 그대로 결실의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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