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며 아가를 기다리는 부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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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20-11-17 조회1,363회본문
아마도 많은 시간이 흐르면 새벽의 여명에 작고도 희미한 별 빛의 깜박거림이 사라지듯이 우리 모두 이 별의 자리에서 먼지로 사라지겠지요.
그러한 면에서 보면 모든 것들과의 연, 특히 사람과의 인연은 정말 소중한 것 같습니다.
같은 시, 공간에서 존재하기도 가능성 제로에 수렴하거니와 70억명 중에서 서로를 만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부는 더 특별합니다.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을 의미하는 인도 불교 용어 중에 ‘겁’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일겁은 12.8km 쇠구슬을 1000년에 한 번 떨어지는 물방울이 뚫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다른 비유도 많습니다.)
부부가 서로 만나서 인연이 되려면 약 8겁의 시간이 지나야 가능합니다.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것이지요. 우리는, 우리는 이렇게 만난 사이들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소중합니까?
부부가되어 맞지 않는 수많은 것들을 조율해가면서, 그리 만만치 않은 삶속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기 위해 살아갑니다. 사랑은 치열한 경쟁의 공간속에서 아득히 멀어지는 추억으로 기억되고, 작더라도 성취했던 시간들 역시 그리그리 더 큰 타인의 성공속에서 보잘 것 없이 느껴지곤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요?
누구도 대신 대답해 줄 수 없는 많은 상황들을 다 어찌 해결하면서 지나가야 할까요?
한 사람이 태어나 인격과 사랑을 가진 사람으로 커나가다가 수없이 많이 크고 작은 유탄을 맞다보면 그가 가진 고귀함과 고결함의 씨앗들이 말라버릴 수 있습니다.
부부의 상대방은 이 씨앗들에 물을 주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부모님도 할 수 없고 이 세상 단 한 명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소중합니까?
저는 제가 어렸을 때 다 제가 맞는 줄 알았습니다.
대개 다 틀렸고, 잘못 행동했고, 우겼고, 토라졌던 것들을 이제야 깨닫고 쓰고도 긴 한숨을 쉽니다. 상대방이 맞았고, 옳았고, 현명했던 것이지요.
우리, 부부들 항상 어떤 문제던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 문제는 시간이 가면 해결되기도 하지만, 막막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부는 대개 잘 해결합니다.
같은 말만 반복하는 부부는 헤쳐나가야 할 길이 험해질 뿐입니다. 전쟁에서 동지와 싸우는 우를 범하면 안되겠지요.
다른 환경, 다른 부모, 다른 문화에서 살다 만났으니 의견이 서로 다른 날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구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두는 모두에게 구원자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내와 남편은 그들 서로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습니다.
아가를 기다리는 난임부부들 역시 민감하고, 해결되지 않음에 마음 아픈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흔연히 이 시간들도 지나갈 것임을 믿어야 합니다. 번거롭고 버거운 것과 안되어지는 것은 다른 것이니 말입니다.
종착역을 향해 힘든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난임부부의 여정에 함께 하는 난임의사로서 늘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도착하는 그 순간이 빨리 찾아오시길 빌어봅니다.
가을은 이제 겨울로 갑니다.
바이러스는 아직 우리 곁은 맴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이 지나고, 죽을 것 같은 이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터널의 끝에서 작고 희미한 햇 살 한 줌을 보게 될 것입니다.
모두 건승하세요.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대표원장 김동원
이 홈페이지의 모든 에세이는 직접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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