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이별의 순간에 더하여(주치의를 이해하길 원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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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12-06-10 조회5,285회본문
저는 매일 새로운 분들을 만나고, 그동안 정들었던 분들과 헤어집니다.
헤어지는 순간에는 작은 진료실의 책상을 맞이하고 앉아 나눈 이야기들과 사연들이 흘러가고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던 아가를 뱃속에 품고 떠나는 뒷모습은 정말 말 그대로 시원섭섭합니다.
병원의 특성상 쌍둥이라도 임신하셔서 가게 되면, 게다가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아닌 경우는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인연이 되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난임으로 병원에서 만난 주치의와 환자(저는 개인적으로 환자로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 분들이시겠지요) 또는 주치의와 난임으로 내원한 부부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검사와 치료과정을 진행하다보면 그 분들의 상황, 심리적인 문제 등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곤 합니다.
제가 공지사항에 쓰는 에세이이니만큼 많은 분들이 느끼실 수 있는 점 하나를 말씀드리면 제가 부부에게 늘 드리는 말씀은 희망과 미래와 부부간의 신의와 믿음에 대한 것입니다.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라고 하셨던 분들도 이야기의 말미엔 제가 하고 싶은 핵심을 이해하시게 되는데 모든 해결되지 않은 상황의 근간에는 그로인해 생긴 고통과 슬픔과 억울함과 답답함이 배어있기 때문에 이를 조금이나마 서로 들여다 보고, 이해하고 보듬어 안아 덜 아프게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고, 위로와 위안을 통해 상처받은 가슴에 희망의 새싹이 자라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추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저는 최대한 다른 분들의 과거 이야기들을 해드리면서 이를 받아들이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부부가 신의와 믿음을 가지고, 지금 이 상황도 결국은 헤결하고 헤쳐나가야할 부부의 문제라면, 그리고 피해갈 수 없는 길이라면 기꺼이 극복해 주겠노라고 마음먹는 자세야 말로 난임 뿐 아니라 한 남성과 여성이 부부로 만나 그 인연의 길에 놓인 수많은 장애물과 불행과 고통을 극복하고 이겨내고 그래서 승리하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셨던 분들, 그리고 공지사항에 올라와 있는 여러 에세이를 읽으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아기를 낳으면 뭐하겠습니까? 건강한 아가를 낳아야 하고, 잘 커줘야 하고,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온전히 평온한 사람으로 키워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하루 이틀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부부로서 같이 사는 동안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러 이유로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겉으로는 정상적인 부부가 키우는 아이들이 모두 정상일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부간의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드릴 때 서로 쳐다보면서 깨닫고 이해하는 분들이 보내 준 감사편지(홈페이지) 를 읽다가 저도 생각지 못한 것들을 알게 될 때도 있습니다.
어떤 부부는 17주가 되어 병원을 옮기게 되었는데 그 때 해준 부부간의 살아가야할 길, 도리, 세상에 대한 시각 등을 통해 너무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라고 써 주셨습니다.
제가 오히려 감사해야할 이야기 입니다.
요즘 만성적인 불안의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결혼하기도 힘들고, 결혼생활도 힘들고, 보육과정도 쉽지 않고, 직장을 구하기도 버거운 세상입니다.
그러나 그중에 아기를 만나보지도 못해 보육과정이 쉬운지 어려운지 경험해볼 상황 자체가 어려운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 분들에게, 어두운 터널의 반대편에 밝은 햇살이 비추는 종착역이 있음을 말씀드리고, 그 역까지 안내해서 최대한 빨리, 마음고생 덜하고 터널을 빠져나가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의사이기 전에 사람이고, 그러다보니 환자분들과 나눈 모든 대화나 과거력 등 모두를 컴퓨터에 저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를 다 기억치 못하다보니 반대편 의자에 앉아 진료실에서 만나다보면 원장님이 관심이 없는 것인지 의아해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늘 말씀드리듯 치료과정은 감기약처방처럼 한 두가지 약이 빠진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감기와는 달리 난임부부가 빠른 시간내에 임신에 성공하면 그 부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많은 기쁨과 행복을 안겨줄 수 있고, 검사나 치료과정의 비합리적인 부분으로 인해 임신이 늦어질 경우 반대로 부부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고통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으므로 난임검사 및 치료과정은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므로 소소한 것이라도 잘 챙기려 최대한 노력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여러 면에서 불편함을 느낄수도 있다라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에세이에서도 한 말이지만 이 자리를 빌어 늘 미리 챙기고 염려하여 서운한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정확한 설명이 되지 못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거나, 기타 병원내에서 일어나는 상황들로 인해 불편함이 있으셨다면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해 올 2012년 여름에도 아가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계신 부부들이 하루 빨리 결실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또한 그 동안 한없는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내원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야 하기에...
추신: 토요일 오후에 장0님이 임신 되셨습니다.
여러번이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혀 수치가 나오지 않아 이번에는
면역치료/항염증치료/항응고치료/고배율 현미경요법 등 여러가지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다들 느끼시는 것이지만 성적발표를 기다리는 마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저 역시 실패한 수치의 검사지를 받고 진료실에서 그분을
호명하는 것은 고통 그 자체랍니다.
그래서 이 주말은 조금은 편하게 쉬고 있습니다.
68로 성공했더군요.
제가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와서 집사람한테 이야기를 하나 했지요. 남편이 진료실에서 '이제 안 사줘'라고 했다고.
실패하면 위로차 가방이라도 사준다고 했다고 말했더니, 집사람 말이 성공했으면 더 고생한 것이니 사줘야 되는 거 아냐?.. 라고 그러더군요. 잘 유지하시고, 이런 유쾌한 농담을 할 수 있는 주말 오후가 되게 해줘서 감사드립니다.
다른 분들도 가까운 시일내에 이런 기분좋은 상황들로 결실 맺을 날이 오길 빕니다.
일 광주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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