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희망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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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10-09-04 조회4,720회본문
결혼한 지 5년째인 어떤 부부가 있었습니다.
위로는 언니, 아래로는 여동생이 있었고 다들 결혼을 해서 아이들도 문제없이 낳았는데, 본인만 아기가 생기지 않아 점점 불안은 커져갔지요.
남편은 직장에서 만난 사이로 유난히 조카들을 예뻐하고 놀아주는 자상한 사람이어 아내의 걱정은 커져만 갔습니다. 고민끝에 혼자 찾은 병원에서는 원인이 없다고 합니다. 다 정상이니 좀 더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정상이라니 좋기도 하였지만 정작 원인이 없는데 임신은 되지 않으니 답답함은 더 커져만 갔지요.
그러던 어느 날 어렵게 남편에게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자는 말을 했답니다. 하지만 자상하던 남편은 자신은 문제가 없다며 퉁명스럽게 반응했지요.
스스로도 너무 민감한 것 아닌가 생각하며 좀 더 지켜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유채꽃이 만발하던 봄은 그렇게 지나고, 더운 공기를 흠뻑 머금은 잿빛구름이 이내 소나기로 내리는 여름도 지나갔습니다. 다니는 회사 앞 단풍나뭇잎이 자신의 마음처럼 빨갛게 물들어 보도블럭위로 날리는 가을이 왔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응어리져 이제는 수시로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스스로를 조절하기조차 어려워 아내는 다시 남편에게 병원에 갈 것을 부탁해보았습니다.
이 번에는 남편도 사태가 심각한 것을 알았는지 월차휴가를 내기로 약속해 주었습니다.
혼자서 결심한다고 되지 않은 일임을 잘 알기에 아내는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 생각하고 간만에 단 잠을 잤습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새내기 신입사원 하나가 아침부터 싱글벙글입니다.
아침 회의가 끝나고 자판기 앞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그의 웃음의 의미를 알려줍니다.
허니문 베이비......
타인의 행복함이, 타인의 웃음이, 타인의 기쁨이 왜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태연하려고 하지만 좀처럼 눈가가 젖어오는 것을 참을 수도 없습니다.
딱히 나쁘게 살아온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는지 알길이 없습니다.
병원 예약을 하고 기쁜 마음은 모조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신입사원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를 자신의 남편에게서 볼 수가 있을까?
슬픈 예감이 슬픈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한 숨 못자고 일어난 아침, 깨끗이 단장을 하고 며칠간 인터넷을 뒤지고, 아는 이들에게 물어 결심한 병원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몇 분이 대기실에 앉아 책을 보고 있습니다.
저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찾아왔겠지 하는 생각에 조금은 안도감이 듭니다.
동병상련이라고, 애들쯤은 너무 쉽게 생겨서 피임방법을 고민하는 직장동료들을 떠나 병원에 온 것만으로도 정말 위로가 됨을 느낍니다.
남편의 검사를 하고, 난관조영술을 예약하고 호르몬 검사를 합니다.
큰 이상은 없다는 말을 듣고, 배란유도를 하여 임신시도를 하기로 하고 병원을 나섰습니다.
왠지 잘 될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따뜻해 짐을 느낍니다.
오랫만에 백화점도 가고, 외식도 했습니다.
어스름한 늦은 오후, 도착한 아파트 앞 놀이터엔 아이들 몇이서 놀고 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우리 애도 저 틈에 있겠지하며 스스로에게 긍정의 힘을 주입해 봅니다.
업무공유를 위한 회의를 마친 오후,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남편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하나하나가 심장을 덜컥 덜컥 내려놓게 합니다. 작은 것들도 이 걱정의 무한 무게에 또 무겁게 다가옵니다.
남편에게는 간단히 이야기했지만 병원을 내원하기까지 3일간 별 생각을 다 합니다.
설명을 듣고 부부는 시험관아기시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운동성이 거의 없는 정자로 인한 것이라 남편이 안쓰럽게 느껴지면서도 한 편으론 이럴거였으면 하루라도 빨리 검사를 하고 시술을 했으면 몇 년간의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억울한 생각도 듭니다.
시술과정은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주사도 견딜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자궁에 이식한 아가들이 견뎌주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기다리는 열흘간이었습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아 위로도, 상의도 할 수 없는 시간들이 느리게 흘러갑니다.
첫 눈이 내립니다.
단풍나무에는 늘 그랬듯 세찬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몇 개의 빨간 잎파리들이 남아있습니다.
늘 궁금했습니다.
'오 핸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누가 붙여놓은 것도 아닐텐데 왜 이런 날씨에도 떨어지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바람은 내리는 눈을 다시 하늘로 올려보냅니다.
온통 하얗게 변해 버린 세상속에 차들은 도로위에서 온통 멈추어 서고, 정류장의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버스가 오질 않습니다.
금요일 오후, 임신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토요일의 하루 전.
첫 눈도 반가운 것이라고, 견뎌준 잎파리들도 희망적인 것이라고 별 것을 가지고 에둘러 자신의 상황에 짜맞추곤 이내 불안함도 함께 밀려옵니다.
첫 눈치곤 너무 심하게 눈이 내립니다.
이제는 내일 검사를 하러 한 시간 반을 고속도로를 달려가야 할 수 없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는 토요일에 검사를 하면 월요일 오후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또 답답해 집니다.
병원 홈페이지는 이제 너무 익숙합니다.
질문이며 답변을 모조리 읽어봅니다.
감사편지를 읽다가 엉엉 울고, 박수를 보내고, 희망을 품습니다.
15번만의 성공.
자신은 그렇게 모질지 못할 것같아 15라는 숫자를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 분에게는 15라는 숫자는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무엇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견딜 힘을 주었을까.
모든 것이 불확실합니다.
새벽에 잠에서 깹니다.
한 뭉터기의 소변검사기를 들고 화장실에 서있습니다.
검사를 해버릴까?
용기가 없습니다.
아니면 어쩌지.....
시간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병원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눈 때문에 평소보다 오래 걸려 도착한 병원에서 피를 뽑고 대기홀 창가에 앉습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첫 눈.
저 눈이 멈추고 나면 파아란 하늘이 보이듯 자신에게도 희망찬 미래, 결실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길고도 긴 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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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람들이 늘 불안한 것은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스스로를 믿으면서 대개는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서, 또한 대개는 생각한 대로 되어지는 것이라 다독이면서 걸어가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
저는 믿습니다.
불행은 예고없이 찾아오지만 견디어 낼 힘이 남아있는 것은 이러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마음속에 담고 살아가기 때문이겠지요.
2010년 여름 끝자락입니다.
추석을 보름 앞두고 찾아온 태풍은 거센 바람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행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불행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하지만 아기에 대한 갈망은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서는 용기를 가지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분들이 아직은 알 수 없는 의학외적인 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시도하고 지켜보다보면 결국에는 종착역이 보일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계곡이 있으면 구릉 또한 있듯이 좋지 않은 시간들이 있으면 행복하고 기쁜 날들도 오는 법입니다.
오늘 저희병원을 찾아 주신 수많은 부부들에게 원하는 결실의 순간이 하루 빨리 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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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는 112로 임신이었습니다.
긴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아내의 머리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습니다.
선생님과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진료실을 나서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병원 건물을 나와 걷다가 갑자기 눈물이 흐릅니다.
암울했던 시절, 억울했던 기억, 응어리진 상처들이 눈물과 같이 흐릅니다.
그 새 눈은 멈추고 파아란 하늘아래 밝은 태양이 그 녀의 뒤를 비춥니다.
첫 눈처럼 그녀의 아기도 그렇게 부드럽게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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