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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ssay


에세이

[에세이-가을을 기다리며]

본문

가을을 기다리며
늘 다음 계절을 기다립니다.
하얀 눈을 그토록 기다리던 나는 춥고 음습한 한겨울의 한기와 질퍽거리는 대지의 모습 속에서 봄의 전령사인 진달래며, 연산홍이며, 찔레꽃이며, 유채꽃의 나풀거림이 그리워집니다. 봄 개울의 물 흐르는 소리나 나른한 오후의 아지랑이가 못내 기다려지곤 합니다.
하지만 막상 봄이 되어 멀리 하늘을 돌아 몰려오는 세사(細沙) 속에 숨이 막히는 경험을 하고 있노라면 계절이 주는 심상 따윈 다 부질없어지고 그저 노란먼지에서 해방되길 소원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좋든 싫든 또 한 번의 봄은 여름과 뒤섞여 요란하게 지나갑니다.
봄 속에 한 여름이 시작되면 또 나는 이내 선선한 가을바람이 기다려 집니다.
건조하지 않은 태양의 열기는 나에게 맞질 않나 봅니다.
스무 살의 제주도에서 만났던 그 여름의 햇살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변덕스러울지 몰라도 나는 가을을 이제 기다립니다.
 
우리는 진정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또는,
가을이 오면, 그 가을이 정녕 우리가 기다리는, 마음속으로부터 바래온 것과 똑같은 가을 빛에 가을향기에 가을 풍경일까요?
알 수가 없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지금이 더 소중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가끔은 내가 달라진 것인지, 나 이외의 것들이 변화한 것인지 다들 고정되어 있는 것은 없이 바뀌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실체는 늘 요원합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싶은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번 가을은 겸허히 감사하게 맞아볼까 합니다.
물론 이 전의 가을보단 더울겁니다.
또 이 전의 가을보다 풍요로롭지도 않을겁니다.
또한 이 전의 가을보다 행복하지 않을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기억은 왜곡되고 자기중심적으로 조작되는 것이라 추억은 늘, 왠만하면, 극단적인 것만 아니었다면 아름다울 수 있는 까닭에 올 가을도 먼 미래의 어느 날은 눈물나게 감사했던, 행복했던, 다시 만나보고 싶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되돌아 가보고 싶은 순간 말이죠.
 
그래서 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더운대로, 가을은 깊어지는대로, 겨울은 만남이 그리운 대로 그냥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말이죠. 참 좋았고 좀 더 나았고, 나를 사랑하던 사람들이 참 많았던 하루 였으면 합니다.
 
 
 
로마제국 흥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은 그의 자서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참으로 좋은 패를 뽑아 태어났다. 나는 늘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집에서 생활했고, 친절한 보모와 집사가 보살폈고, 결혼 외에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나의 가족을 만난 것, 나의 부모님을 만난 것, 나의 직장 동료들을 모두 좋은 사람들로 만난 것, 나를 기억해 주는 많은 친구들을 만난 것, 나의 실수를 용서해 준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천재들은 대개 고독하였으나 우리들은 서로가 숲이 되어 바람도, 눈도, 비도 막아가며 살아가야 할 운명이기 때문에 사람이 곧 모든 것입니다.
 
다들 빨리 원하시는 결과를 손에 쥐고 종착역에 도착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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