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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ssay


에세이

[에세이-떠나는 이와 남는 자]

본문

 
새벽 어스름에 창틈으로 꽤 쌀쌀한 한기가 스며듭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깊어지다 보면 이내 겨울이 오겠지요.
 겨울이 온다는 것은 다 알지만
그래도 우린 내일 자체는 잘 모릅니다.
무슨 일이 생겨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면서 내일을 기다립니다.
 
간혹,
우리가 내일을 기다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합니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지요.
주어졌으니 후회없이 살다가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나 혼자 잘 한다고 후회가 없지는 않으니 잘 마무리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잘 살아가는 삶일 수도 있을 겁니다.
 
 
영화 southpaw는 권투영화입니다.
스포츠영화인가 하다보면 내면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2시간의 러닝타임 중 경기장면은 꽤 많이 나오지만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나 봅니다.
(단 하고 싶은 말을 잘 그려내진 못 했네요....)
10살 때 맡겨진 고아원.. 말 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삶.
하지만 거기서 주근깨 여자애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최고의 권투선수가 되어 상상을 초월한 부를 누립니다.
그러나 어느 날 사고로 아내는 죽고, 재산은 온통 사라지고, 재기를 위한 그의 몸짓은 공허합니다.
삶을 지탱해주고 모든 미래를 설계하던 아내가 없는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일확천금, 로또를 꿈꿀 때 정말 많은 경우에서는 그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가족일 수도 있구요. 아내나 남편 그리고 부모와 자식 들일 수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작별인사도 없이 그렇게 사라지는, 떠나는 일도 있으니 같이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이고, 내일은 기다리거나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같이 눈 뜨기를 기다리는 소중한 미래인것입니다.
 
사랑도 가정도, 직장도 심지어는 국가마져도 어렵고 힘들고, 곤궁하던 시절, 갈구함이 눈물나던 상황에선 뜨겁고, 뭉클하고 애잔함으로 뭉쳐서 많은 시련을 이겨냅니다.
정작 위기는 시련속에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안심하고 있던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살기를 띠고 이 공동체를 망가뜨리는 적의 실체를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스스로인 나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상황입니다. 부부의 경우 위로와 배려는 나의 몫이기를 바라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때가 되겠지요. 그 이상의 단위의 갈등들은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진부한 것들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자기 희생’ 말입니다.
 
아주 작은 것들부터 대단한 것까지 남편과 아내가 서로 공감하고, 교감하고, 통감한다면 그 가정, 가족은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다른 단위도 더 큰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형기의 낙화입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떠나는 이는 마음 아프고, 남는 이는 빈자리의 허전함에 눈물 납니다.
그래서 곁을 내어주고, 같은 생각과, 일과, 바람으로 살아왔던 하루 하루가 있던 이들의 헤어짐은 늘 슬픕니다.
 
또한 그래서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그 최선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을테지만 떠나는 이도 남는 자도 그 최선의 깊이를 알면 더 할나위 없는 헤어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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