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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ssay


에세이

에세이-첫 눈이 내리는 날 그냥 적음

본문

 
 
어느 새벽 차가운 공기의 흐름이 재색 구름을 저 산 너머부터 밀어 올리더니 이내 첫 눈이 내립니다. 자작나무 숲은 이제 하얗고 정말 하얀 눈을 가지에 얹은 채 흔들리고, 흐릿흐릿 안개처럼 사선으로 내리는 눈송이는 우리의 나침반을 겨울로 돌려놓았습니다.
 
뽀득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기다린 첫 눈이 아니라, 많이 쌓여 하루라도 학교를 쉬게 하여주는 구원의 첫 눈이 아니라, 누군가 함께 했던 추억의 소품이요, 그 추억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열쇠요, 소명에 눈물 나던 시간을 떠오르게 하는 영사기 같은 것이라 나는 첫 눈이 좋습니다.
 
별은 여명 속으로 사라지고 가느다란 햇살마저 내리는 눈에 숨을 죽이면 우리가 우주의 시간 속에 속해있음을 비로소 느낍니다. 아! 찰나일 테지만 그래도 이 순간 나는 여기서 숨 쉬고 지금 살아있는 모든 것과 움직이고 흔들리는 모든 것과 차갑고, 보드랍고, 스산한 모든 기운을 느끼고 있습니다.
 
드보르작의 첼로곡 “고요한 숲”을 들어봅니다.
악기들이 바람을 일으키고, 겨울 숲의 그윽함을 만들어 냅니다. 활과 선이 음을 만들고, 통과 선의 떨림과 바람은 공명을 일으키고, 그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환상 속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이럴 즈음 나는 또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 세월들, 같이 했던 추억들을 이제는 아쉬워 할 것인지, 그 채로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달리 기억하는 과거도 아름답게 받아들여야 할지 말입니다.
 
또한 나는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첫 눈을 바라보는 이들은 지금 이 밤 무엇을 영혼 가득 채우고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외롭던 시절, 사랑을 하면 외로움이 사라질 줄 알았던 수많은 이들은 사랑은 둘을 향해 끝없이 멀어지는 몸 안의 세포 하나하나의 절멸임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외로운 이를 더 외롭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롭지 않기 위해 사랑을 한다면 위태로운 절대고독 속으로 빠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고독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지만 사랑이 외로움의 치료제는 아닌 듯 합니다.
 
끌림
 빗방울 하나 풀잎에 맺혀있다
생각해 보니
파아란 제 한 몸 구부려 하늘을 지고 있다가
어찌 저 한 방울은 땅으로 놓치지 않고 잡아냈을까
풀잎에 맺힌 빗방울 하나
달과 지구가 당기듯
그들도 그렇게 끌렸나보다
추락하는 빗방울 사이에
사뿐히 깃털처럼 내려앉은 빗방울 하나
풀잎위에 맺혀 있다
 
 
사랑의 계절이 지나면 인생의 첫 황금기가 저물어 갑니다.
그 이유 없던 ‘끌림’도 이젠 마음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각자의 편지와 소포와 사연을 부치러 분주하던 유치환의 시, 그 풍경이 떠오릅니다.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행복하였다던 그 시는 마음속에 영원이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이 가장 행복한 시절, 순간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많이 알고, 다 지니고 있음이 행복한 것이 아닌 이유는 그 것이 역시 모든 것, 다가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시대가 저무는 시절이 되면 늘 우리는 다른 것을 꿈꾸지만 그 다른 것 역시, 또 다른 어떤 것에 대한 몸 마름의 촉매에 다름 아님을 깨닫게 되기까진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아마 이 즈음해서 한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가슴속에 품었던 사랑과, 평생 함께 할 외로움과, 실체는 모르나 늘 갈구하는 또 다른 어떤 것에 대한 염원으로 내일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면 그 길을 걸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눈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오늘처럼 또 폭설로 내릴지, 내리다 말지, 그저 잠에 취해 있는 한 새벽에 혼자서 몰래 내리고 갈지, 비인지 눈인지 모르게 애를 태울지는 모르는 노릇이지만 나는 참으로 가볍게도 벌써 내 년 첫 눈이 또 기다려집니다.
나는 매 년 그렇게 내 년의 첫 눈을 기다립니다.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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