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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ssay


에세이

[에세이-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본문

 
 
별이 하늘을 향하여 난 창문 틈으로 빛난다.
그 빛은 깜박이며, 눈부시기도 하고, 박하향이 나면서, 다크 초콜릿처럼 씁쓸하며 달콤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산들바람은 새벽의 창문을 살며시 흔들고, 그 바람에 언덕의 스퀘이아는 몸을 흔들며 그늘을 드리운다.
나는 온전히 자유로운 생각과 느낌으로 대지를 딛고 서서 그 빛을 바라본다.
수 억년 전 별을 떠나 이제야 지구라는 행성에 도착한 그 빛 말이다.
 
우리는 사실 죽어서 없어져 오래되어버린 별의 향기를 맡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앞으로 그리 될 것처럼 말이다.
향기나는 사람!
얼마나 좋은가.
삶은 항상 미래를 향해 기차처럼 내달리며, 그 스쳐가는 찰나를 우리는 오늘이라고 부른다. 모든 오늘을 다 기억할 수 없는 까닭에 대부분의 삶은 어제 또는 과거라는 이름으로 묶여 시간 속에 사라진다. 별이 밝음 속으로 사라지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리하여서......
우리는 더더욱 오늘을 사랑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이의 오늘이 그리 순탄치만은 아닌 까닭에 이루지 못한 꿈이 서럽고, 불확실한 내일이 무섭고, 사라져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이 아쉽다.
 
안나 저스티스 감독의 리멤버라는 영화가 있다.
1944년의 폴란드 감옥에서 폴란드인 남자 죄수와 사랑에 빠진 유태인 여자의 이야기다.
탈출후 남자의 어머니는 유태인 여자를 며느리 삼을 수 없어 거짓으로 여자의 죽음을 가장한다. 헤어짐. 그리고 수십년의 시간이 흐르고 여자는 남자를 텔레비전에서 발견한다. 연락이 닿고 둘은 만난다. 영화는 만나는 장면에서 끝난다.
 
겨우 네 줄짜리 줄거리지만 만나기 전까지가 진짜 여자의 내면을 보여주는, 감독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그들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서러운 것일까......
평범한 부부가 되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과 사랑.
어울리지 않는 조합들이 삶속에서 종종 아름다운 결실을 맺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먹먹한 아쉬움과 꼬여버린 과거를 어찌할 수 없음에 안타까웠다.
 
우리 모두는 비단 이런 사랑이 아니더라도, 진로와, 미래와, 친구사이와 부모사이.....
모든 관계와 계획의 비틀림 속에 살고 있다.
 
끊임없이 그를 생각했을까?
여자의 시선 속에서 영화는 흘러간다.
남자는 죽었다고 생각한 여자의 전화를 받고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엇이 이들을 극단의 고통으로 밀어 넣었을까.....
죽음을 가장했던 남자의 어머니로 인해 이 남자는 더 행복해졌을까 아니면 최소한 살아남았던 것일까.
 
과거와 역사를 가정할 수 없다는 것은 그래서 늘 슬프다.
 
시간은 흘러 폭염은 과거가 되었다.
우리는 또 한 번의 겨울을 맞이할 것이다.
늘 그렇듯 차가운 공기와 서늘하고도 낮은 대기속을 부유하는 잿빛구름이 우리를 겨울로 인도할 것이다.
 
가을은 모든 이에게 그래서 소중하다.
오늘, 그 것이 사랑이던, 이루지 못한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이던, 도달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던 그냥 놓아주자.
 
사랑은 사랑하던 순간 속에 존재하며, 그 순간 순간은 우리가 늘 맞이하는 내일의 다른 부분들이며 다른 이름이니 아쉬운 마음도 그 시간의 굴레 안에 끼워 그저 보내자.
 
사랑은 한 번 뿐이었다고 외치는 이들에게 사랑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별이 보내는 ‘별빛’은 몇 억광년 전의 것이 틀림없다. 빛의 속도로 계산해서 말이다. 그래서 별은 사멸해 없어지고 빛만 남은 것들이 많다. 사람이 이름을 남기고 추억을 남기듯 말이다.
리멤버라는 영화의 제목은 remembrance 이다. ‘기억’이 아니라 ‘추억’이 맞다.
또는 ‘향수’라고 불러도 좋다.]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 김동원-

댓글목록

뽀미맘님의 댓글

뽀미맘 작성일

리멤버 라는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아주 유사한 쉘브르의 우산 이 생각나요 1960년대 저런 감성을 어찌 끄집어내서 표현할수있을까 하는
그영화 또한 먹먹하게 보았던 감성이 생각나네요 ..
기억이 아니라 추억 혹은 향수라.. 저의 지금 힘든 시기가 미희(미래와희망)를 통해 향수로 기억될수있을라 다짐해보면서 잘 읽고 갑니다.
다음 에세이 기다리겠습니다~~
(홀쭉 해진 감성이 선생님의 글을 보고 풍성해 지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