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위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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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09-09-03 조회4,831회본문
-위로는 영혼의 양식이다. 삶의 힘든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의 무수히 많은 상황에서 우리는 위로를 필요로 한다. 좋은 위로는 다시 안정을 찾도록 해준다. 또한 위로 속에서 우리는 서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서로 기운 내도록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힘든 상황이나 상처를 보다 쉽게 넘어설 수 있게 해준다.-
새벽, 어슴푸레 밝아오는 여명사이로 가을을 알리는 제법 서늘한 공기에 잠을 깹니다. 베란다엔 큰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작은 담쟁이 씨앗이 자라나 지지해주려고 꼽아놓은 얇은 철심을 넘어 커텐을 올리고 내리는 줄을 감고 천정까지 올라가 있고, 작은 꼬마귤나무는 일년에 몇 차례 열매를 맺고 지금은 푸른 잎을 새벽 바람에 가지런히 내어놓고 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이렇게 한 번의 가을이 우리네 곁에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계절이 주는 풍미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풍기는 향기는 결실이면 좋겠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짧지 않은 기다림이 가슴속을 애절함으로 물들여갈 때 마치 이렇게 될 것처럼,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결실의 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삶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기쁜 순간은 그저 작은 떨림처럼 지나가고, 많은 시간들을 해결하지 못한 것들과 꼭 만나야 할 것들에 대한 갈망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행복은 과연 우리 곁에 함께 하는 가치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 작은 것들에 설레고, 기다려지고, 환하게 웃었던 기억들이 이젠 가물가물 그저 부유하는 먼지처럼 아득하고 잡을 수 없는 추억속에만 살아있습니다.
설레임! 정말 설레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있으신지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어 하나 하나 맞지 않는 부분들을 맞춰가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고, 잘못된 부분들을 어루만져주며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평범한 부부에게 찾아오지 않는 아가에 대한 갈망과 조바심은 그저 참아내기엔 너무도 큰 고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와 만났던 수많은 분들 중 어떤 분들은 심지어 저 조차도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였지만 결국 아가를 품에 안고 댁으로 가시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래서 제게 포기란 단어는 없습니다.
될 수 있으면 빨리, 될 수 있으면 마음고생 덜하고, 경제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건강한 아가를 품에 안고 귀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손에 쥐어지지 않은 이 순간은 많은 분들이 초조하고, 힘들어 합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시간은 가고, 결실은 없고, 바라는 이들은 많고,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도 많으니 왜 힘들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노력한다고 무조건 되는 일이 아니고, 남편과 아내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라 더더욱 어렵고 힘든 여행이 되는 것이겠지요.
위로란 단어는 엄마의 품 속 같은 말입니다.
바람이 매섭게 불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
혼자서 걷는 들판너머에 보이는 가물거리는 불빛.
황량하고, 어두운 이 삶의 광야에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희망의 불빛.
그 결실의 순간을 위해 걷는 당신의 무거운 발걸음에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의 의미를 기억하려 합니다.
그래서 비록 이번에는 실패하였더래도 결코 좌절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주 저 먼곳 어디에선가 그 작은 발걸음을 한 발자욱씩 걸어오는 님부부의 소중한 아가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세심히 살피고 염려하여 시술을 진행하고, 설명을 드리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들 역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의 마음과 부부의 정성이 모이면 결실의 순간은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건강조심하시고 저희병원을 다니시는 모든 불임부부들에게 내년 여름엔 유모차를 사러가는 평범한 기적이 함께 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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