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2월을 마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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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09-12-22 조회4,808회본문
안쏘니 홉킨스가 노년에 주연한 영화 인디언에서 옆집사는 소년과 그의 오토바이 창고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애야, 위험이란 것은 말이다
때론 삶의 활력같은 것이란다.
가끔은 위험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하지.
그래야 세상살이가 살 맛이 나거든."
그는 70이 넘은 나이에 협심증까지 앓고 있으면서 오래된 오토바이를 몰고 영국에서 미국의 경주장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쉽지 않지요.
모르는 것들로 인한 어리숙함이 주는 버거움과 그로인해 생기는 더딘 진행속도로 인한 두려움.
실패할 지도 모르는 길을 걸어가면서 대안이 없어 생기는 불안함.
하지만 행동하기 전에 주어지는 것은 없다고들 합니다.
한걸음이라도 내 딛어야 하고, 하나라도 손에 쥐려고 두 손을 내밀어야 비로소 결실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때로 곤경에 처합니다.
도와줄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고, 도와줄 성격의 것이 아닌 경우도 있고, 시간이 해결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전혀 예기지 못한 일들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해결책을 찾으시나요?
논리적인 사람들은 일이 시작된 원인과 과정을 유추하고,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지 연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종교인들은 기도를 하겠지요. 소심한 사람들은 일어나지도 않을 온갖 걱정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무딘 사람들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희희낙낙하며, 걱정없이 잠자리에 들겠지만 다음 날 또는 다음 달에는 훨씬 더 좋지 않은 소식에 낙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많은 뒤섞인 성격과 인격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누군가에게 그러한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
매일 불안해하고, 패배주의적인 말만 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어느 새 그 검고 눅눅한 기운이 내 영혼을 물들입니다. 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해 보이고, 미래의 삶은 우울하고 어두우며, 차갑게 느껴지곤 하지요. 기뻐해야 할 순간도 불확실한 미래가 주는 불안함으로 인해 그저 스쳐가는 사건정도로 폄하되어 사라집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밝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세상은 조금 더 환해지고, 마음속은 비록 현실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내일은 좀더 나을 것이라는 긍정의 힘이 가득해져 기쁨과 설레임이 넘쳐납니다.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우리가 해야할 일은 자명합니다.
더 악화시키고, 더 괴롭히고, 더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떠나십시오.
해보지도 않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마치 위해주듯 말의 배설을 일삼는 이들을 떠나셔야 합니다.
책임지지 않을 말들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전해들은, 그리고 스스로의 어두운 영혼의 터널속에 더 음울하게 각색된 실패의 스토리를 늘어놓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떠나셔야 합니다.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또 하나의 일은 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주가 탄생하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바로 내가 태어난 것입니다.
키가 좀 작고, 머리가 좀 크고, 공부를 좀 못하고, 배가 좀 나왔으면 어떻습니까?
끈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고, 으시대고, 누르고 밟고 비틀어 대는 이들의 혼자 남은 저녁을 들여다 본 적이 있나요? 세상은 그들이 위너이고, 우리가 루저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최근의 영화 스쿠루지를 보셨나요? 챨스 디킨스가 그 소설을 쓴 이유는 아이들이 읽으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서양인이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인지를 보여주려는 의도이지요. 그 소설속의 스쿠루지는 위너처럼 보이지만 퇴근한 집의 침실 의자에 걸터 앉아 침묵과 고요가 주는 공포보다 더 무서운 외로움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며 지새는 하루를 보면 그야말로 진정한 루저라 생각됩니다.
아기 낳는 일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생각대로 되질 않습니다.
내 탓인 것 같아 억울합니다. 분노가 치밉니다. 왜 하필 나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몇 날, 몇 달이 지나가면 분노는 자책이 되고, 스스로가 미워지곤 합니다.
그리곤 이내 슬픔이 밀려옵니다. 당당하게 버텨왔던 결혼후 몇 년의 세월이 무거운 짐이 되어 어깨를 짓누릅니다. 숨을 쉬기가 버거워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낼수는 없는 일입니다.
용기를 내고 현실을 직시하고 이 상황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기위해 노력을 시작합니다.
좋다는 한약을 먹고, 운동을 하고, 남편은 술과 담배를 끊습니다.
병원을 가서 검사를 하고 날을 맞춰 부부관계를 시작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꼭 그런 날 남편은 회식을 하고, 직장상사는 보내줄 생각을 하질 않습니다.
애가 학원에 있어서 가봤자 텔레비젼만 보다 잘 판이니 심심풀이로 데리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것을 날을 맞춰 해야한 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싫은 부부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갑니다.
가을이 가고, 낙엽은 집니다. 키높은 플라타너스 숲너머로 물푸레향이 흠뻑 나는 잿빛 구름이 밀려오면서 한바탕 폭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비구름뒤로 겨울이 함께 다가옵니다.
달력은 또 한장을 넘기고, 우리도 그랬듯 11월은 공휴일도 없고, 쉬는 날도 없이 그렇게 지나갑니다. 어떤 날하루만 빼빼로를 주고 받는 장난삼아 하는 실없는 선물도 받고보니 그렇게 2009년도 12월 한 달만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올 해는 그래도 성탄분위기가 조금 나는 것 같습니다.
캐롤도 들려오고, 나라 사정도 조금 좋아졌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 결실의 순간이 오기는 하는 것일까요?
알 수 없는 미래와 결실의 시간을 간절히 기다리는 2009년의 마지막달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 진다고 했던가요?
비록 지금은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긍정의 힘으로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세상에 어려운 것들이 참으로 많지만, 아가를 기다리는 그 심정, 그 갈라진 마음속에 단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기쁨의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환희와 감격의 순간이 하루 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세상은 위험과 곤경과 실패에 수없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를 통해 우리는 진정 일어서는 법을 배웁니다. 넘어지는 아픔이 있기에 걷는 기쁨을 알게 됩니다. 아기를 기다는 시련의 시간이 있기에 더 훌륭하고 멋진 엄마, 아빠가 되리라 저는 믿습니다.
혹 실패하고
절망에 빠졌더라도
당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용기를 내세요.
틀림없이 그들 중 누구에게
당신은 정말
희망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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