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소망하나가 있다면-분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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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11-07-19 조회4,870회본문
비가 참으로 많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이젠 그만 그쳤으면 했습니다.
빛나는 햇빛이 너무나도 그리웠지요.
지금은 햇살아래 도로엔 아지랭이가 피고
지나는 사람들의 숨은 턱까지 차오릅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렸다네요.
그래도 결국, 이제는 참으로 짧아졌지만 가을은 올테고 태양은 우리네에서 약간은 그의 사랑을 거두는 날이 오겠지요.
푸르게푸르게 광합성을 하며 뿌리에서는 수맥을 통해 잎으로 수분을 전달하고 잎은 햇빛의 기운을 뿌리와 기둥으로 전달하는 상생의 시간이 끝나면 역할을 다한 누군가는 바람결에 날려 단단한 기둥과 나뭇가지에서 멀어져 차디찬 흙바닥에 뒹구는
겨울도 찾아오겠지요.
섭리라고들 합니다
잎이 자신을 버려 나무가 겨울을 버티듯 내어주어야 함을 흔연히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삶이란 늘 부족하고
힘든 시간들의 연속인지라 사실 무엇을 내어주어야 하는지도 알기 힘든 하루가 지나갑니다.
우린 시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가면 다음 날이 오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내일이 있는가하면, 새벽이 찾아오는 것이 그 날이 밝아오는 것이 너무도 두렵고 힘든 내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내일은 어제의 다른이름임을 아는 것 또한 쉽지 않은 혜안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이 순간이 중요하고 값지다 생각하는 이들은 그들의 삶이 그만큼 소중할테지만
눈물없는 삶과 풍요로운 생활과 거칠것없는 일상만을 찾아 그 것만을 동경하는 이들의 오늘은 그래서 슬프고 부족합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제 곁엔 아무도 없었구요.
심지어 저는 제가 몇 살인지도 모르고 부모님 얼굴도 모릅니다.
며칠간 굶어본 적도 있고, 공부는 학교 근처에도 못 가봤지요.
40살까지 허드렛 일만 하며 하루 하루 연명하는 것도 벅차서 삶이라 부를 것도 없었습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그런데 화가 나거나 그로인해 분풀이하거나 하진 않으셨나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가 가진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 아니요. 어릴 땐 그런 적도 몇 번 있었지요. 하지만 이내 깨달았어요. 분노가 죽이는 것이 바로 나더군요."
그는 지방도시에서 철물점을 하고 있으며, 나이가 한 살 적은 아내를 만나 임신이 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저와 이런 대화들을 했습니다.
너무 먹지 못해 생식기능이 멈춘 듯 했습니다.
사실 아마도 누구도 돌봐주지 못해 이하선염 같은 바이러스 질환을 앓고 무정자증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 그와 그의 아내는 지금 새로운 생명을 키우고 있습니다.
플라시보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 아는 말이이지만 의사가 약이라고 속이고 밀가루약을 줘도 대개의 증상이 호전을 보인다는 말입니다.
'위약효과'라고 하지요.
플라시보란 원래 "그래 좋아질거야" 라는 라틴어입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우린 "긍정의 힘" 이라고 표현하지요.
그래서 플라시보라는 말은 상당히 좋은 말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있지요.
칭찬이 바로 플라시보입니다.
타인에 대한 칭찬은 듣는 이에게 긍정적인 힘과 에너지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창조적 상상력과 무한한 인내력과 불굴의 의지와 판단력이 새로 생겨납니다.
그래서 안될 것도 되고, 될 것은 더 빨리 됩니다.
시중의 수많은 인성계발 책들이 외치는 한마디는 바로 긍정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한다면 "넌 소중해!"
하나만 더 한다면 "너만 힘든 것은 아니야, 힘 내!"
철물점을 하는 남편의 위대한 깨달음은 바로 '분노의 역효과'를 간파한 것 입니다.
사실 우리는 늘 분노합니다
출근길에 버스기사님의 술냄새 가득한 얼굴
신호도 넣지 않고 끼어드는 운전자
바쁜 아침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사려는 데 앞사람 돈 계산 안되서 헤매고 있는 알바 직원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무작정 선을 보라는 엄마
새벽 한시에 들어와서 노래부르는 아빠
그리고 사실 종종 일어나곤 하는 사람들간의 배신, 오해와 소통장애로 인한 비애감.
혐오하는 종류의 사람과 만나서 일하게 된 직장의 아침.
나이는 들어가는 데 여러모로 준비 덜 된 애인
타인은 마냥 웃고, 즐겁고, 행복한 것 같습니다.
계획한 대로 마냥 잘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별 걱정 없는 것 같고, 어떤 풍파에도 잘 이겨낼 것 같아 불안합니다.
나는 나를 포함한 가족들 모두 잘 안되고, 매사 어려운 길을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느닷없는 일들이 생겨 이젠 매일 다른 일은 없나 두렵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일로 인한 마음의 무게가 이젠 두근증으로 발전하고 있어 무섭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없고, 따뜻했던 어린시절의 엄마품이 그립습니다.
사실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사람은 태어난 후부터는 대부분 감당키 어려운 일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또한 많은 이들이 수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너만 힘든 것은 아니야, 힘 내!"
외쳐주고 싶습니다.
또한 사실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적지 않은 이들이 어린 시절 부모, 특히 아버지의 말과 행동에 의한 정서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도차이가 있을 뿐 변혁기의 부모들은 부모의 역할 중 상당부분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트라우마는 잘못하면 평생 갑니다
아내나 남편을 비롯한 여러 가까운 사람을 전염시키기도 합니다.
작은 일에 너무 크게 분노하는 사람 A.
그 A를 너무 사랑하는 B.
B를 또한 너무 사랑하는 부모.
A로 인해 B는 불안, 초조, 걱정, 깜짝놀람(허해짐), 우울, 빈혈, 배란장애, 수면장애 등이 올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이 분노를 배우며 증폭시키기도 합니다.
A라는 성인을 어떻게 이제와서 교육시키고, 달래겠습니까만 황당하게도 사랑과 인내는 그 A도 바꾸어 냅니다.
고통의 시간이라는 다리를 힘겹게 건너야 하겠지만요.
오늘은 분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임신이란 살아있는 사람이 살아있는 아가를 잉태하는 것입니다.
식목일날 나무 심듯 심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요.
불임클니닉의 에세이가 왜 분노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지는 자명합니다.
마음의 상처와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 그리고 잘못 표출되는 자극에 대한 반응들은 종종 배우자를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게 합니다.
정말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시술진행과정에서도 이로인해 힘든 부부가 너무 많습니다.
둘이서 견디고 다시 힘을 내기엔 이전의 고통과 상처가 너무 크고, 둘의 그릇은 너무도 허술합니다.
간신히 버티어 낼 힘이라도 있다면 두분이서 손을 꼭 쥐고 한 방향을 보아야 합니다.
삶은 이제 시작이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이 글을 읽고 제가 말하려는 느낌을 배우자에게 실천하는 순간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남들과 비교하지도 말고, 남의 행복을 탐하지도 말고, 남의 불행을 기뻐하지 말것이며, 남의 상처를 짓밟지도 말아야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은 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내 년 이맘때는 예쁜 유모차를 사러 길을 나서는 부부의 뒷모습을 그려봅니다.
그 정도 소망은 이루어져야 하기에......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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