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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에세이-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불경 '숫타니파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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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16-01-26 조회3,680회

본문

오늘 이야기는 조금 길어질 것 같습니다.-
저는 불교신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불교가, 부처님이 종교와 신이 되기 전에 했던 짧은 말씀들의 묶음 하나가 구전되고 살아남아 책이 되고 읽히면서 오랫동안 우리들을 감동시키고, 감화시키고, 순화시키고 있음을 감사합니다.
어리고 어리석어 글을 읽으나 뜻을 모르고, 듣기는 하나 이해를 못하고, 보기는 하나 깨닫지 못하는 저에게 숫타 니파타 라는 경전은 깜짝 놀랄 진실을 이야기 합니다.
숫타라는 말의 의미는 말의 묶음 이란 뜻이고, 니파타는 모음 이라는 뜻입니다.
즉 부처가 했던 말들을 모은 경전이란 것이지요.
기원전에도 사랑은 기다림과 그리움을 동반하고 필연적으로 괴로움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이 경전은 보여줍니다.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즉 2500년 전에도 우린 사랑과 소유욕의 경계에서 헤매고, 식을지 모를 사랑에 괴로웠고, 소식 없는 사랑으로 근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정으로 생긴 근심과 걱정의 연기 속을 부유하고 있지요.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이 근심에서 자유로워지기는......
 
경전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엄청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속박을 끊음.
스스로 구속되어 나중에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속박의 의미는 자유의지로 본인이 선택한 어떤 것, 일, 사상, 조직 등에 속해 탈출하지 못하게 된 상태입니다. “ 배운 게 도둑질” 이란 말이 가장 쉽게 속박을 대변합니다.
가장 큰 속박의 원인은 탐욕이겠지요.
포만감 없는 식사같이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결국은 스스로를 혐오하고, 다른 것을 혐오함으로써 사람들은 그 인생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되는 것입니다.
브레이크 없는 열차나 멈추면 쓰러지는 팽이 같은 삶이 얼마나 많습니까?
저 역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탐욕은 매우 고통스러운 욕구입니다. 발을 처음 내딛을 때 는 주어진 것들에 항상 감사하지만 유지할 수 있을지, 밟히지는 않을지, 뺏기지는 않을지 두렵게 되어갑니다.
두려움은 상황을 빨리 끝냈으면 하는 마음을 불러오고, 일상의 작은 행복들은 다 부질없고, 십 수 년 또는 수십 년 후가 빨리 오기를, 빨리 늙어버리기를, 그래서 두려움이 사라지길 소망합니다.
두려움이 빨리 늙어 죽어버리기를 바라도록 한다니 무섭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속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답이 없습니다.
각자의 삶에서 지혜롭게 그 길을 찾아가는 것이겠지요.
 
마지막 구절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문구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강하고, 의연하며, 부드럽고, 실체가 없어 보이나 , 도도하면서 깨끗하고, 외로우나 흔연히 자기의 길을 가라는 말입니다.
 
살다가 깜짝 놀랄 일을 만나곤 합니다.
극단의 고통이나 예고된 불행 앞에 서 있는 우리들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수 있을까요?
부처님께 묻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있고, 호구책이 있어야 하고,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정글과 같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을 치는 지금, 무소의 뿔처럼 갈 방법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늘 그래서 이 생각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첫 날과 마지막 날을 공평히 나눠 가졌으니 다가올 시련도 다들 나눠 가졌으리라 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그래서 그 시련이 미리 예고된 것이나, 일어날 개연성이 있었거나 그러한 징후가 있었던 시련에 대해 감사하고, 시련의 크기가 각자의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질 않기를 바라고, 설령 그 한계를 넘어버릴 지라도 과거의 어느 날, 나의 인생의 고난의 그 날, 내 운이 좋아서 그랬든지, 주위 분들이 도와주었던지 간에 용케도 잘 넘어갔던, 수습했던, 피해갔던 과거의 순간이 또 재현되리라 생각하는 긍정적 습관을 되 내이는 것 정도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우리가 깨달음을 얻고, 어떠한 경지에 다다를 일은 거의 없으니 오늘 하루 타인이 주는 불쾌감에 초연할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 나로 인해 다른 이가 겪었을 작고, 큰 고통을 용서해 주길 바라면서 잠자리에서 불면에 시달리지 않을 정도의 하루를 보내길 그저 바래봅니다.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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