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주는 기적-불임부부의 이야기
본문
종종 삶이란 예기치 않은 놀라움과 기적을 선물하곤 한다. 지금 나는 아기를 가질 수 없어 애 태우는 많은 부모들에게 미래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상현장에서 만났던 한 환자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한수정(가칭)님을 만난 것은 겨울 초입 꽤 찬 바람이 불어대던 월요일 오후였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분은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말 해주듯 창백하고 야윈 얼굴을 한 채 자리에 앉았다. 7년간의 불임, 종가집의 맞며느리, 손아래 동서들의 계속되는 출산과 조카들의 웃음소리, 수 십 차례의 제사에서 만나는 집안 어르신들의 눈빛.......
이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지고 가기에 너무도 버거운 짐이었다. 이야기 내내 그녀는 가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도 남아있지 않는 말을 하면서, 이 병원에 찾아온 것도 모두 남편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병원의 검사에서도 모든 결과가 정상이었다. 왜 임신이 되지 않는지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상황. 나는 의사로서 그 이유를 알아내야 했고, 그 원인을 제거하고, 임신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한수정님에게 찾아온 불행은 의지와 믿음, 그리고 도와주는 의사와 환자 서로의 신뢰와 일관성이 선행되어야 함을 설명드렸고,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임신에 성공해야 한다는 과도한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여성의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호르몬 분비 등에 문제를 일으켜 임신이 오히려 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음을 설명 드렸다. 많은 시간동안 이야기가 오고가고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 억울했던, 힘들었던 지난 세월들에 대해서 교감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난 현재의 상황을 외면하려 하지 말고 당당히 맞설 것을 권유했다.
‘희망을 버려야 희망이 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의 농도, 분비되는 시간, 간격등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배란장애는 더 심해지고, 부부관계 등으로 임신되기 더 힘들어진 부부들이 병원을 찾지만, 근본적인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스트레스를 제거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다.
정면승부! 아기를 갖지 못하는 현 상황을 인정하고, 부모나 형제 자매, 친구나 동료 등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나 위안 받았던 것들을 감사하게 느껴야 한다. 스스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려 모임에서 빠지고, 초대에 응하지 않는 다면 그 부부만 더 고립될 뿐이다. 당당히 맞서야 한다. 어차피 하루 이틀에 끝날 싸움이 아닌 까닭이다.
한수정님은 시험관아기시술을 원했지만 나는 인공수정을 권유했다. 한 번 정도 주기의 정확성도 보고, 원인이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면 마음을 비운 지금, 임신이 가능할 것 같아서 였다. 그 부부는 원래 12월 24일 크리스마스에 필리핀으로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지만 시술을 하고 나서 마음이 바뀌어 일정을 취소하였다. 12월 24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가 동남아일대를 휩쓸었고, 그들이 가기로 했던 쌍둥이 섬은 가장 많은 한국인들의 참사가 일어난 현장이 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이틀 후, 한수정님 부부는 피검사를 했고, 결과는 양성이었다. 임신이 된 것이다. 1월 ·1일 외래를 보던 나를 찾아온 그 부부는 펑펑 울면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아기를 갖지 못했으면 둘 다 쓰나미에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 부부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제 생각에는 지금 뱃속에 있는 아기가 엄마, 아빠 그리고 자기 이 가족 모두를 살리려고 그 긴 시간을 기다려 이제야 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저 한테 감사하다고 하지 마시고 아기한테 고맙다고 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그 부부는 9개월된 예쁜 딸을 키우고 있고, 두 세달 후 다시 임신 시도를 하겠다고 전화를 해왔다.
기다림! 그 잔인한 7년 여의 고통과 좌절의 터널을 지나 환한 햇살아래 선 한수정님 가족에게 앞으로 행복만 가득하길 빌어본다.
더불어 이 세상 모든 불임부부들에게도 그 터널의 끝이 바로 오늘이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야 하기에......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 김동원
한수정(가칭)님을 만난 것은 겨울 초입 꽤 찬 바람이 불어대던 월요일 오후였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분은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말 해주듯 창백하고 야윈 얼굴을 한 채 자리에 앉았다. 7년간의 불임, 종가집의 맞며느리, 손아래 동서들의 계속되는 출산과 조카들의 웃음소리, 수 십 차례의 제사에서 만나는 집안 어르신들의 눈빛.......
이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지고 가기에 너무도 버거운 짐이었다. 이야기 내내 그녀는 가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도 남아있지 않는 말을 하면서, 이 병원에 찾아온 것도 모두 남편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른 병원의 검사에서도 모든 결과가 정상이었다. 왜 임신이 되지 않는지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상황. 나는 의사로서 그 이유를 알아내야 했고, 그 원인을 제거하고, 임신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한수정님에게 찾아온 불행은 의지와 믿음, 그리고 도와주는 의사와 환자 서로의 신뢰와 일관성이 선행되어야 함을 설명드렸고,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임신에 성공해야 한다는 과도한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여성의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호르몬 분비 등에 문제를 일으켜 임신이 오히려 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음을 설명 드렸다. 많은 시간동안 이야기가 오고가고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 억울했던, 힘들었던 지난 세월들에 대해서 교감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난 현재의 상황을 외면하려 하지 말고 당당히 맞설 것을 권유했다.
‘희망을 버려야 희망이 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의 농도, 분비되는 시간, 간격등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배란장애는 더 심해지고, 부부관계 등으로 임신되기 더 힘들어진 부부들이 병원을 찾지만, 근본적인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스트레스를 제거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다.
정면승부! 아기를 갖지 못하는 현 상황을 인정하고, 부모나 형제 자매, 친구나 동료 등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나 위안 받았던 것들을 감사하게 느껴야 한다. 스스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려 모임에서 빠지고, 초대에 응하지 않는 다면 그 부부만 더 고립될 뿐이다. 당당히 맞서야 한다. 어차피 하루 이틀에 끝날 싸움이 아닌 까닭이다.
한수정님은 시험관아기시술을 원했지만 나는 인공수정을 권유했다. 한 번 정도 주기의 정확성도 보고, 원인이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면 마음을 비운 지금, 임신이 가능할 것 같아서 였다. 그 부부는 원래 12월 24일 크리스마스에 필리핀으로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지만 시술을 하고 나서 마음이 바뀌어 일정을 취소하였다. 12월 24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가 동남아일대를 휩쓸었고, 그들이 가기로 했던 쌍둥이 섬은 가장 많은 한국인들의 참사가 일어난 현장이 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이틀 후, 한수정님 부부는 피검사를 했고, 결과는 양성이었다. 임신이 된 것이다. 1월 ·1일 외래를 보던 나를 찾아온 그 부부는 펑펑 울면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아기를 갖지 못했으면 둘 다 쓰나미에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 부부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제 생각에는 지금 뱃속에 있는 아기가 엄마, 아빠 그리고 자기 이 가족 모두를 살리려고 그 긴 시간을 기다려 이제야 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저 한테 감사하다고 하지 마시고 아기한테 고맙다고 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그 부부는 9개월된 예쁜 딸을 키우고 있고, 두 세달 후 다시 임신 시도를 하겠다고 전화를 해왔다.
기다림! 그 잔인한 7년 여의 고통과 좌절의 터널을 지나 환한 햇살아래 선 한수정님 가족에게 앞으로 행복만 가득하길 빌어본다.
더불어 이 세상 모든 불임부부들에게도 그 터널의 끝이 바로 오늘이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야 하기에......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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