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밝혀낼 수 없는 불임증을 가진 분들을 대할 때면 의료인들 역시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원인불명의 불임증이란 용어는 확정된 진단명이라기 보다는 부부 모두에게 불임증 검사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시행한 그 시점까지는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전체 불임부부의 10~15%가 이에 해당합니다.

지금까지 설명 드렸듯이 불임부부가 불임증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받아야 하는 검사는 기본적인 것만 해도 이미 10여 가지가 넘습니다. 경제적인 부담도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아무리 검사를 해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원인불명 불임증의 경우가 경제적 부담도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적인 손해도 역시 적지 않기 때문에 치료에 앞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판명된 경우에 심리적으로 심한 허탈감에 빠지거나 의료인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불임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음으로 해서 발생하는 중대한 문제가 또 있습니다.

하나는 병원과 의료인에 대한 불신입니다.

분명 실력과 경험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불임부부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차이가 한없이 커 보이고 따라서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 병원을 선택하실 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셔서 후회가 없으시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이른바 병원쇼핑(Hospital shopping)을 하게 되면 시간과 돈을 모두 허비하게 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진단과 치료가 분명히 그 한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원인도 못 밝히는데 치료가 될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거나 그런 생각으로 치료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것 입니다.

진단에는 물론 한계가 존재합니다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목표하고 있는 안전한 아기의 출산이라는 대명제는 치료의 영역에 해당하고, 치료는 현재 획기적인 단계까지 발전하여 있습니다.

원인을 모른다고 해도 최신기법을 통해 얼마든지 임신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들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최신기법을 써서 임신을 시도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하는 것인데요.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은 두 가지의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하는 것 입니다.

하나는 바로 경제적 비용입니다.

정액검사 한 번 만으로 밝힐 수 있는 남성 불임증의 원인도 있고, 기본검사만으로 충분히 밝혀낼 수 있는 여성 불임의 원인도 있기 때문에 고가의 비용이 들고, 한 번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체외수정시술을 처음부터 시도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둘째로 원인을 밝히지 않고 치료를 계속할 경우에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한다면 시간손실이 너무 클 수도 있습니다.

최신기법 중 체외수정술이나 미세조작술등은 매 달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년에 고작 몇 번밖에 할 수 없고 더 간단하고 쉬운 방법타당하지 않습니다.

원인불명의 불임증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건은 불임증의 기간과 여성의 나이입니다.

건강한 부부가 매달 임신될 확률이 20%인데 반해 3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원인불명의 불임증을 가진 부부가 매 달 아무 치료 없이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1~2%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성의 나이가 35세가 넘어가면 임신 가능성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치료방향도 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원인불명 불임 부부라 할지라도 특별한 치료 없이 지낼 때 2년 후 임신율은 35%~50%이며 3년 후 에는 60~70%가 임신을 합니다. 그러므로 치료란 맞춤옷처럼 부부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하게 됩니다.

국내 불임클리닉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불임기간과 여성의 나이를 고려해서 치료의 선택이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보면 불임기간이1년 이상이고 나이가 35세 미만이면 곧바로 클로미펜으로 배란 유도를 시도해보고 실패하면 과배란 유도와 함께 자궁내 인공수정을 합니다. 만약 여성의 나이가 35세 이상일 때면 배란유도를 하지 않고 곧바로 과배란유도 및 자궁내인공수정을 시도하는 것이 임신율 향상에 더 유리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원인은 비록 밝힐 수 없다하더라도 치료법은 있고, 그 치료법이 생식의학의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원인불명의 불임증이라 판정받았다 하더라도 실망하실 필요는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